[비즈&라이프] 한만영 히스보험중개 사장, 공대생 뽑아 최고의 보험 전문가로 키운다

입력 2016-04-26 17:34  

CEO 오피스

공장 나사 하나까지 알아야 기업보험 리스크 분석하니까

10억에 팔겠다는 걸…
사세 기운 영국 보험사 한국법인, '잠재 위험' 내세워 1억에 인수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로…사우디·스페인 기업 등과
합작법인 세워 영국 로이즈 진출…"전세계 보험, 한국에 연결할 것"



[ 류시훈 기자 ] 서울 중구 다동 센터플레이스빌딩 23층에 있는 히스(HIS:한국인슈어런스서비스)보험중개 한만영 사장(55)의 사무실엔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이 지도의 중동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엔 100여개의 작은 깃발이 꽂혀 있다. 한국 기업이 수행한 각종 프로젝트에 히스보험중개가 제공한 서비스를 나타내는 깃발이다. 보험중개회사는 기업과 보험회사 또는 보험사와 재보험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업이 발달한 유럽 등에선 기업보험 거래의 60~70%가 보험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 사장이 2004년 영국계 회사를 인수해 설립한 HIS보험중개는 12년 만에 90여개 국내 보험중개회사 중 미국계인 마쉬코리아, 에이코리아에 이어 3위 업체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한 사장은 HIS보험중개를 아직은 ‘꽃봉오리’ 같은 회사라고 말한다. 지는 것만 남은 만개한 꽃이 아니라 앞으로 활짝 필 일만 남은 꽃봉오리라는 말로 직원들에게 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다니던 회사 1억원에 인수

1987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청년 한만영의 꿈은 특별하지 않았다. “번듯한 상장회사에서 언젠가 임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했다. 쌍용화재에 입사했다. “곧 보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고교와 대학 동기동창(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의 권유도 있었다. 입사 후 15년간 보험 영업에 “청춘을 불살랐다”고 했다. 남들보다 2~3년씩 승진이 빨랐다. 42세에 부장이 됐다.

2002년 느닷없이 회사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 같았다. 업무로 갈등을 빚었던 사람이 인사권자인 상사로 온 영향이 컸다. 생계가 막막했다. 처가에 들어가 살았다. 아내에겐 월 30만원 정도 가져다줬다. 그렇게 1년을 지냈다. 작은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던 한 사장은 2003년 영국계 보험중개회사인 히스램버트 한국법인에 입사했다. 시이 히스와 램버트 펜처치가 합병한 회사였다.

두 번째 직장 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다. 2004년 영국 출장을 다녀온 한국법인 대표가 “본사의 사세가 기울어 한국법인 문을 닫고 철수할 것 같다”고 전했다.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20명인 직원이 3명으로 줄었다.

영국 본사는 10억원에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6개월간 협상을 벌여 한 사장이 직접 한국법인을 인수했다. “한국법인의 문을 닫으면 모든 계약이 영국 본사로 옮겨가고, 그렇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많아진다”고 설득해 인수가격을 1억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사장에겐 외국계 기업의 경영 방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보험사 영업부 출신인 만큼 근성 하나는 자신 있었죠. 기획실 같은 곳에 근무했다면 아마 도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젊은 시절 영업하면서 흘린 땀이 헛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어요.”

“해외에서 돈을 벌겠다”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회사를 인수해 직접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한 사장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 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중절모(한 사장은 모자를 30개 정도 갖고 있다)를 쓰고 수십개 국가를 다녔다. 한 사장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보험중개는 어떻게 보면 숨겨진 영역인 만큼 실력만 갖추면 해외에서 충분히 재보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현지에 따로 법인을 두지 않고 해외 재보험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영업 방식이 주효했다. 일의 속도를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순 중개가 아니라 보험의 본질인 위험을 분석해 내는 회사 전체의 실력도 쌓여갔다. 인수 당시 직원 3명과 함께 연매출(중개수수료) 5억원을 올리던 히스보험중개는 12년 만에 직원 70명, 연매출 약 14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자본이 소유한 보험중개회사로는 최대다.

한 사장은 그러나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했다. 히스보험중개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스페인 업체들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해 뎠?로이즈시장에 진출한 배경이다. 국내 보험중개업체로는 최초다. 로이즈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글로벌 보험시장의 중심지다. 개인과 법인으로 구성된 협회 성격으로, 신디케이트(기업연합체) 90여개와 보험중개업체 190여개가 로이즈에 소속돼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죠. 한국의 보험 물건을 로이즈에 출재하는 것은 물론 로이즈에 모이는 세계의 보험 물건을 한국 보험사에 연결할 것입니다.”

공대 출신 5명 채용한 이유는…

30년 가까이 보험업계에서 일해온 한 사장은 국내 기업의 공장 등 각종 시설물에 대한 리스크 분석을 외국인에게 맡기면서 수만달러씩 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시쳇말로 배가 아팠다.

“왜 우리 석유화학공장에서 불이 날지 안 날지, 무엇이 취약한지 등에 대한 리스크 분석을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까.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어야 외국 공장에 대한 재보험 물건을 따올 수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던 중 작년 가을 한국을 방문한 잉가 빌 로이즈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영국 대사관에서 국내 보험업계 인사들과 한 식사 자리에서 빌 CEO는 보험사를 ‘위험담보력 제공자(capacity provider)’라고 표현했다. 보험의 본질은 리스크를 분석해 안정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란 의미다.

한 사장이 공과대학 출신 직원 다섯 명을 채용해 보험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학적 지식에 보험의 이론과 경험을 더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이들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상식적으로 보면 우리 집 숟가락 개수는 우리가 더 잘 아는 것인데, 그동안 이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지 않아 외국계 회사들이 돈을 다 가져간 것”이라며 “보험중개업을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만영 사장 프로필

△1961년 서울 출생 △1980년 충암고 졸업 △1987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7년 쌍용화재 입사 △2002년 쌍용화재 퇴사 △2003년 히스램버트코리아 입사 △2004년 히스램버트코리아 대표이사 △2006년 히스보험중개 대표이사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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